❮ 목록으로자유 게시판

해외 노노그램 커뮤니티는 어떻게 돌아갈까

주인장2026.08.18 09:30 | 조회수 31 | 👍 0

노노그램을 좋아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궁금증이 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이 퍼즐을 어디서 어떻게 즐기고 있을까?

찾아보니 생각보다 오래되고 단단한 커뮤니티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상황이 좀 특이하다는 것도 알게 됐고요.

Griddlers.net — 유저가 만드는 6만 개의 퍼즐

해외 노노그램 커뮤니티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곳입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리들러'라는 명칭을 쓰는 유럽·이스라엘 계열 사이트예요.

가장 인상적인 건 퍼즐이 전부 회원들이 만든 것이라는 점입니다. 등록된 퍼즐이 6만 개가 넘고, 100개국 이상의 회원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만든 퍼즐은 다른 회원들이 검증한 뒤에 공개되는 구조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특히 마음에 든 기능이 하나 있습니다. '그리들러 컵'이라는 데일리 챌린지인데, 새 퍼즐이 25시간마다 올라옵니다.

왜 24시간이 아니라 25시간일까요? 사이트 설명에 답이 있습니다. 전 세계 사용자가 모인 커뮤니티라서, 24시간 주기로 하면 특정 시간대 사람들만 매번 새벽에 일어나야 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매일 한 시간씩 밀리게 해서 모든 시간대의 사람이 돌아가며 좋은 시간에 참여할 수 있게 한 겁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커뮤니티를 오래 운영해본 사람만 할 수 있는 배려라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이 만든 퍼즐을 모아 종이책으로도 내고 있습니다. 초보자용, 컬러용 등으로 나뉘어 있어요.

webpbn.com — 연구자들이 쓰는 사이트

이름은 Web Paint-by-Number의 약자입니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노노그램 세계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퍼즐 데이터 형식의 표준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사이트는 등록된 퍼즐을 XML을 비롯한 여러 형식으로 내보낼 수 있게 해뒀는데, 노노그램 풀이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이 데이터를 벤치마크로 씁니다.

"내 솔버가 얼마나 빠른가"를 비교하려면 공통의 문제 세트가 필요하잖아요. webpbn이 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퍼즐 자체보다 퍼즐을 다루는 도구에 기여한 사이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자동 생성 계열 사이트들

puzzle-nonograms.com이나 nonogramsonline.com 같은 곳은 성격이 다릅니다. 사람이 만든 게 아니라 프로그램이 자동 생성한 퍼즐을 대량으로 제공합니다.

수십만 개 단위라 양은 압도적입니다. 매일 새 퍼즐이 나오고, 난이도와 크기를 골라서 풀 수 있어요.

다만 그림이 없거나 의미 없는 무늬인 경우가 많습니다. 노노그램의 재미 중 하나가 "다 풀면 뭐가 나올까"인데, 그 부분이 빠지는 셈이죠. 순수하게 논리 훈련만 하고 싶을 때는 오히려 좋습니다.

이 밖에 BrainBashers, Conceptis 같은 종합 퍼즐 사이트도 노노그램을 다룹니다. Conceptis는 '픽어픽스(Pic-a-Pix)'라는 자체 명칭을 쓰고요.

위키와 기록

영어권에는 피크로스 위키도 있습니다. 노노그램 관련 게임들의 정보와 풀이 기법을 정리해둔 곳이에요.

여기서 소개하는 기법 이름들이 재밌습니다. '그림자 기법(shadow trick)', '이중 그림자 기법' 같은 식으로 불리는데, 우리가 '겹치기'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개념입니다. 나라마다 이름이 다른 건 퍼즐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두 갈래로 갈린다

이렇게 훑어보니 해외 사이트들이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창작 중심 — Griddlers.net처럼 회원이 퍼즐을 만들고 서로 검증하는 곳. 퍼즐 수는 적어도 그림이 예쁘고 완성도가 높습니다. 커뮤니티가 활발하고요.

생산 중심 — 자동 생성으로 물량을 뽑는 곳. 무한정 풀 수 있지만 결과물에 대한 감흥은 적습니다.

둘 다 나름의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매일 출퇴근길에 가볍게 한 판씩 풀고 싶다면 후자가 낫고, 누군가 정성껏 만든 그림을 발견하는 재미를 원한다면 전자가 낫죠.

그런데 한국은?

여기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한국에서 노노그램은 '네모로직'이라는 이름으로 꽤 알려져 있습니다. 퍼즐책도 나왔고, 모바일 앱도 많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모여서 퍼즐을 만들고 나누는 공간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앱은 혼자 푸는 도구고, 커뮤니티는 또 다른 문제니까요. 내가 만든 도안을 누군가 풀어보고 "이거 재밌네요" 한마디 남겨주는 경험은 앱에서 얻기 힘듭니다.

이 사이트를 만든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회원분들이 만들어 올려주신 퍼즐이 하나둘 쌓이고 있어요. Griddlers.net이 6만 개를 모으기까지 20년 가까이 걸렸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도 천천히 가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직접 퍼즐을 만들어보고 싶으시다면 퍼즐 만들기에서 바로 시작하실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이 만든 퍼즐은 전체 퍼즐 목록에서 보실 수 있고요.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