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그램 vs 스도쿠 vs 가쿠로 — 같은 격자, 다른 머리 쓰기
퍼즐책 코너에 가면 노노그램, 스도쿠, 가쿠로가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셋 다 격자에 뭔가를 채워 넣는 논리 퍼즐이고, 셋 다 '일본 퍼즐'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죠.
그런데 이 셋은 생각보다 많이 다릅니다. 겉모습이 비슷할 뿐, 머리를 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요. 스도쿠를 잘 푸는 사람이 노노그램을 처음 잡으면 한참 헤매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리고 시작하기 전에, 재밌는 사실 하나부터 짚고 가겠습니다.
진짜 일본 퍼즐은 하나뿐입니다
스도쿠는 1979년 미국에서 태어났습니다. 인디애나의 은퇴한 건축가 하워드 간즈(Howard Garns)가 '넘버 플레이스(Number Place)'라는 이름으로 델 매거진에 발표했죠. 당시엔 별 반응이 없었습니다. 1984년 일본 출판사 니코리가 이 퍼즐을 들여와 '스도쿠(数独)'라는 이름을 붙이면서 비로소 인기를 얻었고, 그 이름 그대로 세계로 퍼졌습니다.
가쿠로도 비슷합니다. 1966년 캐나다인 제이콥 펑크(Jacob E. Funk)가 '크로스 섬(Cross Sums)'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었고, 역시 델 매거진에 실렸습니다. 이것도 일본으로 건너간 뒤에야 떴어요. 일본식 이름 '가산 크로스(加算クロス)'를 줄인 '가쿠로'가 지금의 이름입니다.
노노그램만 다릅니다. 1987년 일본에서 만들어졌고, 오히려 영국에서 '노노그램'이라는 서양식 이름을 얻어 세계로 나갔습니다.
스도쿠와 가쿠로는 서양 퍼즐에 붙은 일본 이름이고, 노노그램은 일본 퍼즐에 붙은 서양 이름입니다.
정확히 반대죠. 이름만 보고 출신지를 짐작하면 셋 다 틀립니다.
규칙 세 줄 요약
본격적인 비교에 앞서 각각의 규칙을 짧게 정리하겠습니다.
스도쿠 — 9x9 격자에 1~9를 채웁니다. 각 가로줄, 각 세로줄, 각 3x3 블록에 1~9가 한 번씩만 들어가야 합니다.
가쿠로 — 흰 칸에 1~9를 채웁니다. 가로나 세로로 이어진 칸들의 합이 단서로 주어진 숫자와 같아야 하고, 한 줄 안에서 같은 숫자를 두 번 쓸 수 없습니다.
노노그램 — 행과 열 바깥에 적힌 숫자만큼 연속해서 칠합니다. 숫자와 숫자 사이는 최소 한 칸 비웁니다.
핵심 차이: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가
이게 세 퍼즐을 가르는 가장 근본적인 지점입니다.
스도쿠의 숫자는 '값'입니다. 5는 그냥 5라는 기호예요. 사실 숫자 대신 알파벳이나 색깔을 써도 퍼즐은 똑같이 성립합니다. 실제로 어린이용 스도쿠 중에는 동물 그림으로 만든 것도 있죠. 중요한 건 '아홉 종류가 겹치지 않게'라는 조건뿐입니다.
가쿠로의 숫자는 '합'입니다. 여기서는 5가 진짜 5입니다. 더하고 빼야 하니까요. 세 퍼즐 중 유일하게 산수가 필요합니다.
노노그램의 숫자는 '길이'입니다. 이게 가장 독특한 부분이에요. 노노그램에서 5는 다섯 칸이 이어진다는 뜻이지, 숫자 5가 아닙니다. 5와 3을 더할 일도 없고 비교할 일도 없습니다. 오직 '몇 칸인가'만 중요하죠.
그래서 노노그램의 단서는 격자 바깥에 있습니다. 스도쿠는 격자 안에 숫자가 놓이고, 가쿠로는 검은 칸에 단서가 박혀 있는데, 노노그램만 단서와 답이 완전히 분리되어 있어요.
사고방식의 차이
스도쿠는 지워나가는 퍼즐
스도쿠의 기본 동작은 배제입니다. "이 칸에는 3이 올 수 없다, 왜냐하면 같은 줄에 이미 3이 있으니까." 이걸 반복해서 후보를 좁혀갑니다.
그래서 스도쿠를 잘 푸는 사람은 여백에 작은 숫자를 잔뜩 적습니다. 각 칸의 남은 후보를 메모하는 거죠. 후보가 하나만 남으면 그게 답입니다.
가쿠로는 조합을 아는 퍼즐
가쿠로의 열쇠는 조합입니다. 합과 칸 수가 정해지면 들어갈 수 있는 숫자가 크게 제한되거든요.
예를 들어 두 칸에 합이 3이면, 답은 {1, 2} 하나뿐입니다. 두 칸에 합이 17이면 {8, 9}밖에 없고요. 반대로 두 칸에 합이 10이면 {1,9}, {2,8}, {3,7}, {4,6} 네 가지라 아직 확정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가쿠로 고수들은 이런 조합을 외웁니다. 세 퍼즐 중 암기가 가장 큰 무기가 되는 퍼즐이에요. 진입 장벽이 높은 이유이기도 하고요.
노노그램은 겹치는 부분을 찾는 퍼즐
노노그램의 핵심은 연속성입니다. 칠해진 칸들이 반드시 붙어 있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정보가 나옵니다.
10칸짜리 줄에 숫자 8이 있다고 해봅시다. 8칸 덩어리를 맨 왼쪽에 붙여도, 맨 오른쪽에 붙여도, 가운데 여섯 칸은 어느 경우에나 칠해집니다. 그래서 그 여섯 칸은 지금 당장 확정할 수 있어요. 이게 '겹치기' 기법입니다.
스도쿠나 가쿠로에는 이런 사고가 없습니다. 그 둘은 칸 하나하나가 독립적인데, 노노그램은 칸들이 서로 붙어 다니거든요.
한눈에 보는 비교
| 노노그램 | 스도쿠 | 가쿠로 | |
|---|---|---|---|
| 숫자의 의미 | 연속된 칸의 길이 | 구별되는 기호 | 더해야 할 값 |
| 핵심 사고 | 구간 추론 | 후보 배제 | 조합 판별 |
| 산수 필요 | 세기만 하면 됨 | 전혀 없음 | 필수 |
| 단서 위치 | 격자 바깥 | 격자 안 | 검은 칸 안 |
| 격자 크기 | 자유 (5x5~80x80) | 9x9 고정 | 가변, 불규칙 |
| 완성했을 때 | 그림이 나옴 | 숫자판이 채워짐 | 숫자판이 채워짐 |
노노그램만 가진 것
표의 마지막 줄이 노노그램의 가장 큰 차별점입니다. 결과가 그림이라는 것.
이건 단순히 예뻐서만이 아닙니다. 실용적인 차이를 만들어요.
스도쿠나 가쿠로에서 실수를 하면, 한참 뒤에 모순이 생겨야 알아챕니다. "여기에 들어갈 숫자가 없네?" 하고 나서야 되돌아가는데, 어디서 틀렸는지 찾기가 고약합니다. 최악의 경우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죠.
노노그램은 다릅니다. 절반쯤 칠하다 보면 형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뭔가 어긋나면 보입니다. 고양이 귀가 되어야 할 부분이 이상하게 튀어나와 있으면 그 근처가 잘못된 겁니다. 그림 자체가 중간 점검 도구가 되는 셈이에요.
그리고 완성했을 때의 만족감이 다릅니다. 숫자판이 채워지는 것과 그림이 나타나는 건 다른 종류의 보상이니까요.
뭐부터 시작할까
세 퍼즐을 다 해보고 싶으시다면, 이 순서를 권합니다.
1. 스도쿠 — 규칙이 가장 단순하고 산수도 필요 없습니다. 논리 퍼즐이 처음이라면 여기서 시작하세요.
2. 노노그램 — 규칙은 쉬운데 '겹치기'라는 개념을 잡는 데 약간의 고비가 있습니다. 대신 그 고비만 넘으면 5x5부터 80x80까지 난이도를 마음대로 고를 수 있어요. 완성하면 그림이 나오니 계속하게 되는 힘도 있고요.
3. 가쿠로 — 조합을 익히기 전까지는 답답합니다. 대신 익히고 나면 숫자를 다루는 감각이 확실히 늘어요. 산수를 좋아하신다면 오히려 이게 제일 재밌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셋 중에 뭐가 제일 낫다는 건 없습니다. 쓰는 근육이 달라서, 취향에 따라 갈릴 뿐이에요. 다만 격자 퍼즐을 즐기신다면 셋 다 한 번씩은 해보시길 권합니다. 하나만 하다가 다른 걸 잡으면 머리가 새로 굴러가는 느낌이 꽤 재밌거든요.
노노그램이 처음이시라면 노노그램 초보자 완벽 가이드에서 겹치기 기법부터 익혀보세요. 이름이 왜 나라마다 다른지 궁금하시다면 우리는 왜 '네모로직'이라고 부를까도 함께 읽어보시고요. 바로 풀어보고 싶으시다면 전체 퍼즐 목록에 5x5부터 준비되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