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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그램 세계 대회는 없습니다 — 대신 이런 게 있습니다

주인장2026.09.08 16:59 | 조회수 3 | 👍 0

노노그램을 오래 하다 보면 한 번쯤 궁금해집니다. 이걸 제일 빨리 푸는 사람은 누구일까, 그런 걸 겨루는 자리가 있을까.

찾아봤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노노그램만 겨루는 세계 선수권은 없습니다. 스도쿠는 세계 스도쿠 선수권(WSC)이 따로 있는데 노노그램은 없습니다. 대신 다른 형태로 존재합니다.

영광의 트로피 30x30 노노그램 완성 도안

영광의 트로피 30x30 완성 도안입니다.

세계 퍼즐 선수권 안의 한 종목

세계 퍼즐 연맹(World Puzzle Federation, WPF)이 매년 세계 퍼즐 선수권 대회(WPC)를 엽니다. 1992년 뉴욕에서 처음 열렸고, 지금은 34개국이 정식 회원입니다.

여기서 나오는 문제는 노노그램만이 아닙니다. 슬리더링크, 누리카베, 필로미노, 카쿠로, 히토리 등 수십 종류의 논리 퍼즐이 섞여 나오고 노노그램은 그중 하나로 출제됩니다. 언어나 문화에 관계없이 풀 수 있는 순수 논리 문제만 낸다는 게 이 대회의 원칙이라, 숫자와 격자만으로 성립하는 노노그램은 조건에 잘 맞습니다.

즉 노노그램 선수는 없고 퍼즐 선수가 있습니다. 노노그램만 잘해서는 상위권에 갈 수 없습니다.

성적을 보면 단체전은 미국이 17회로 압도적이고 독일 8회, 체코와 일본이 각 3회입니다. 개인전에서는 독일의 울리히 포크트가 2000년 이후 11번 우승했습니다. 최근에는 일본의 엔도 켄이 강세입니다.

올해 대회는 10월에 인도 콜카타에서 열립니다. 33회째이고, 세계 스도쿠 선수권과 같은 자리에서 진행됩니다.

집에서 종이로 참가하는 대회

현장 대회는 비행기를 타야 하지만, 온라인으로 참가하는 대회가 따로 있습니다. WPF 퍼즐 그랑프리(Puzzle Grand Prix)입니다.

방식이 특이합니다. 4주에 한 번씩 1년에 8라운드가 열리는데, 라운드마다 주최국이 다릅니다. 나라마다 출제 성향이 달라서 라운드마다 색깔이 갈립니다. 2026년 일정은 이렇습니다.

라운드 기간 주최국
1 1월 23일 ~ 28일 세르비아
2 2월 27일 ~ 3월 4일 크로아티아
3 3월 27일 ~ 4월 3일 폴란드
4 4월 24일 ~ 29일 독일
5 5월 29일 ~ 6월 5일 일본
6 6월 26일 ~ 7월 1일 네덜란드
7 7월 24일 ~ 29일 미국
8 8월 21일 ~ 26일 인도

참가 절차는 이렇습니다.

  1. 금요일 정오(중부유럽시간)에 문제 PDF가 공개됩니다
  2. 내려받아 직접 인쇄합니다
  3. 종이에 풀고, 정해진 방식으로 답을 웹에 입력합니다
  4. 월요일 밤에 마감됩니다

화면에서 클릭해서 푸는 게 아니라 인쇄해서 연필로 푼다는 게 핵심입니다. 그리고 8라운드 합산 상위 10명이 세계 선수권 현장 결선에 초청받습니다. 등록만 하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습니다.

노노그램만 겨루는 곳

노노그램 단일 종목으로 겨루는 자리를 찾는다면 Griddlers.net이 사실상 유일합니다. 해외 노노그램 커뮤니티 글에서 소개했던 그 사이트에, G-Match와 T-Match라는 상시 토너먼트가 있습니다.

토요일마다 한 경기씩 열리는데, 특이한 점은 매 경기 시작 시각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12라운드 또는 24라운드에 걸쳐 하루의 모든 시간대를 한 바퀴 돕니다. 유럽 낮 시간에만 열면 아시아 참가자가 계속 불리하니까 시간을 돌려가며 여는 방식입니다. 순위도 세계 순위와 국가별 순위를 따로 집계합니다.

WPC와는 성격이 다릅니다. 저쪽이 연 1회 국가대표 대회라면, 이쪽은 매주 돌아가는 동호인 리그에 가깝습니다.

앱 토너먼트는 결이 다릅니다

노노그램 앱에도 토너먼트 기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대부분 정해진 기간 안에 몇 개를 푸느냐로 점수를 쌓는 방식이라, 논리력보다 접속 시간이 순위를 좌우합니다. 힌트 아이템을 쓸 수 있는 경우도 흔하고요. 재미로 하기에는 좋지만 실력을 겨루는 대회와는 다른 종류의 것입니다.

지금까지 나온 네 가지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주기 방식 노노그램 비중
세계 퍼즐 선수권(WPC) 연 1회 현장, 종이 여러 종목 중 하나
WPF 퍼즐 그랑프리 4주 간격 8회 PDF 인쇄, 종이 여러 종목 중 하나
Griddlers.net 매치 매주 토요일 온라인 노노그램 단일
앱 토너먼트 수시 노노그램 단일

한국은 어떨까요

한국도 WPC에 참가해 왔고, 퍼즐 그랑프리 사이트에는 한국 대회 공식 결과 페이지가 따로 있습니다. 2018년에는 아시아 스도쿠 선수권이 제주에서 열리기도 했습니다.

다만 스도쿠에 비하면 노노그램 쪽 경쟁 저변은 얇습니다. 애초에 노노그램만 겨루는 판 자체가 세계적으로도 작으니 자연스러운 결과이기도 합니다.

정리하면

  • 노노그램 세계 선수권은 없다
  • 세계 퍼즐 선수권(WPC)에 여러 종목 중 하나로 출제된다
  • 온라인 참가는 WPF 퍼즐 그랑프리, 인쇄해서 종이로 푼다
  • 노노그램 단일 종목은 Griddlers.net의 주간 매치가 거의 전부다

조금 허무한 결론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게 노노그램다운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이 퍼즐은 애초에 속도로 겨루라고 만들어진 게 아니니까요. 슈퍼컴퓨터도 못 푸는가에서 다뤘듯 큰 판은 논리적으로도 만만치 않고, 30분이든 두 시간이든 마지막에 그림이 드러나는 순간이 이 퍼즐의 목적입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하나. 노노그램이라는 퍼즐 자체는 대회에서 태어났습니다.

1987년 도쿄에서 이시다 논(Non Ishida)이라는 그래픽 에디터가, 고층 빌딩 창문의 불을 켜고 끄는 방식으로 그림을 만드는 대회에 나가 우승했습니다. 격자를 칠해서 그림을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거기서 나왔고, 그게 노노그램이 되었습니다. 노노그램의 역사에 더 적어두었습니다.

대회에서 시작된 퍼즐인데 정작 그 퍼즐의 대회는 없다는 게, 생각할수록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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