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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 30개를 만들면서 알게 된 것들

주인장2026.08.31 15:22 | 조회수 26 | 👍 0

사이트를 열고 한 달, 창작 퍼즐이 서른 개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그림 하나 정해서 격자에 옮기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서른 개를 만들고 나니 생각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오늘은 그 과정에서 알게 된 것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퍼즐을 직접 만들어보고 싶으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1. 큰 퍼즐이 좋은 퍼즐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는 큰 걸 만들고 싶었습니다. 80x80이면 6400칸이니까 얼마나 대단한 그림이 나올까 싶었죠. 그래서 타워브릿지 80x80이나 고딕 성당 60x60 같은 걸 만들었습니다.

결과물은 확실히 화려합니다. 그런데 만들면서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큰 퍼즐은 만드는 사람의 만족이고, 작은 퍼즐은 푸는 사람의 만족입니다.

80x80을 한 번에 푸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몇 시간이 걸리니까요. 반면 15x15는 10분이면 끝나고, 그 10분 안에 시작부터 완성까지의 성취감이 온전히 담깁니다.

그래서 요즘은 15x15 같은 크기를 더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큰 퍼즐은 한 달에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노노그램 크기 비교 - 왼쪽부터 15x15 검은 고양이, 30x30 트로피, 80x80 타워브릿지 완성 도안

왼쪽부터 15x15, 30x30, 80x80입니다. 격자가 커질수록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확실히 늘어납니다. 고양이는 형태만, 트로피는 손잡이와 받침대까지, 타워브릿지는 탑의 창문과 물결까지 표현됩니다.

다만 오른쪽으로 갈수록 푸는 시간도 함께 늘어납니다. 그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가 문제죠.

2. 소재 선택이 절반입니다

도안을 그리는 기술보다 무엇을 그릴지 정하는 게 훨씬 중요했습니다.

흑백 노노그램은 결국 실루엣입니다. 색도 명암도 없이 칠했느냐 안 칠했느냐만 있죠. 그래서 윤곽만 봐도 뭔지 알 수 있는 소재가 아니면 완성해도 알아볼 수가 없습니다.

잘 되는 것 — 동물, 사물, 건축물처럼 형태가 명확한 것. 우산이나 트로피 같은 건 실루엣만으로도 확실합니다.

어려운 것 — 사람 얼굴. 얼굴은 명암의 미묘한 차이로 인식되는데, 흑백 두 단계로 줄이면 그게 다 사라집니다. 노인의 초상을 60x60으로 만든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더 작게 하면 형태가 뭉개지거든요.

3. 만드는 것보다 푸는 게 어렵습니다

이게 가장 뜻밖이었습니다.

도안을 다 그리고 나면 끝난 것 같지만, 사실 그때부터가 진짜입니다. 내가 만든 퍼즐을 내가 직접 풀어봐야 하거든요.

풀어보면 문제가 드러납니다. 중간에 논리로는 더 진행이 안 되고 찍어야 하는 지점이 나오거나, 단서가 너무 빈약해서 시작할 곳이 안 보이거나요.

퍼즐로서 성립하려면 두 가지가 필요합니다.

  • 답이 하나여야 합니다. 같은 단서에서 두 가지 그림이 나오면 안 됩니다
  • 추측 없이 풀려야 합니다. 한 줄씩 논리적으로 따라가면 끝까지 가야 합니다

이 검증을 건너뛰면 푸는 분들이 중간에 막혀서 나가버립니다. 그림만 예쁘다고 되는 게 아니더군요.

4. 너무 비거나 너무 차면 재미없습니다

채움 비율 이야기입니다. 전체 칸 중에 칠해지는 칸의 비율이요.

너무 적으면 단서가 1, 2 같은 작은 숫자뿐입니다. 20칸 줄에 1 하나면 어디 있는지 알 방법이 없죠. 정보가 부족한 겁니다.

너무 많아도 문제입니다. 의외로 쉬워집니다. 20칸 줄에 18이 있으면 겹치기만으로 16칸이 즉시 확정되거든요.

대략 30%에서 50% 사이가 가장 풀 맛이 났습니다. 기하학 패턴 25x25처럼 규칙적인 무늬는 이 비율을 맞추기가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5. 크기마다 담을 수 있는 게 다릅니다

서른 개를 만들면서 정리된 기준입니다.

  • 5x5 ~ 10x10 — 심볼 하나. 하트, 별, 웃는 얼굴 정도가 한계입니다
  • 15x15 ~ 25x25 — 동물이나 사물의 실루엣. 가장 무난하고 만들기도 편합니다
  • 30x30 ~ 40x40 — 세부 묘사가 가능해집니다. 입체 마천루처럼 구조물의 결까지 담을 수 있죠
  • 60x60 이상 — 여기서부터는 잔무늬가 있어야 합니다. 단순한 실루엣을 넣으면 큰 덩어리만 생겨서 오히려 심심해집니다

초보 제작자가 자주 하는 실수가 작은 격자에 복잡한 그림을 우겨넣는 것입니다. 10x10에 사람 전신을 넣으려 하면 알아볼 수 없는 얼룩이 됩니다. 그림을 줄이기보다 격자를 키우는 쪽이 맞습니다.

6. 이름 짓기도 일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은근히 신경 쓰이는 부분이었습니다.

목록에서 제목만 보고 풀지 말지를 정하게 되니까요. 고양이보다는 새침한 검은 고양이가, 강아지보다는 장난꾸러기 강아지가 한 번 더 눈이 갑니다.

그리고 같은 소재를 여러 번 만들다 보면 제목이 겹칩니다. 그럴 때를 대비해서 형용사를 하나씩 붙여두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서른 개를 만들고 나서

처음 만든 것과 지금 만드는 걸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가 보입니다. 초반에는 그림에만 신경 썼는데, 지금은 만들면서 이 줄에서 시작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결국 노노그램 도안을 만드는 건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문제 출제였습니다. 푸는 사람이 어디서 막힐지, 어디서 실마리를 잡을지를 미리 생각해야 하는 일이더군요.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서른 개 중에도 다시 손보고 싶은 게 몇 개 있고요. 그래도 하나씩 쌓이는 게 재밌어서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만들어보세요. 퍼즐 만들기에서 5x5부터 시작하시면 됩니다. 생각보다 금방 하나가 나옵니다.

좋은 도안의 구체적인 조건이 궁금하시다면 좋은 노노그램 도안의 7가지 조건을 읽어보세요. 풀이 기법은 노노그램 초보자 완벽 가이드X 표시를 활용하는 5가지 기법에 정리해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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